이 말은 주로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청할 때 문장 맨 끝에 사용한다. “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”는 속담을 가장 절실하게 느낄 있는 문장이기도 하는데 프랑스인의 그 속이야 누가 알겠냐마는 겉으로는 매우 예의바른 말을 한다. 그래서 내 돈을 내고 무엇인가를 주문할 때조차도 말끝에 s'il vous plaît !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.

내가 프랑스에서 유학한 지 5년째 되던 해 한국에 잠깐 다녀 간 적이 있었는데 요즘 유학생들은 방학 때가 되면 한국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. 그렇지만 나 때만 해도 부모님의 피 같은 돈으로 유학 생활을 하는 처지인지라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한국에는 4-5년에 한 번 정도 다녀갔다. 비행기 값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프랑스 항공편을 이용했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목이 말라 여 승무원에게 주스 한 잔을 부탁했다. 물론 프랑스에서 5년을 살았으니 말도 어지간하게 할 때였고 그들의 언어습관도 어느 정도 익혔을 때라 un jus d'orange, s'il vous plaît ! (엥 쥐 도렁쥐, 씰 부 쁠레! 오렌지 주스 한 잔 주세요!)라고 말했다. 그랬더니 여 승무원이 갑자기 나를 비행기 뒤쪽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닌가. 무슨 일인가해서 따라가 봤더니 갑자기 돌아서며 나한테 “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불친절하냐? 음료수건 음식이건 주문을 할 때 예의가 전혀 없다며 격앙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.

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다짜고짜 손님한테 푸념이나 늘어놓는 것 또한 승무원이 탑승객에게 할 예의는 아니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 말을 프랑스어로 어떻게 해야 할지, 그리고 혹시 서비스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찰나의 생각을 하고 나서 빠르게 생각을 바꿨다. 대신 “한국인들이 원래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”라는 말로 대신했다. 그랬더니 승무원이 말하길 “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어떻게 그 마음을 이해하겠냐”며 한숨을 쉬었고 나한테 미안했던지 양주 샘플과 트럼프, 그리고 포장도 뜯지 않은 담요를 한아름 가져다 주었다.

1996년 이후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나로서는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국세화 시대가 된 지 이미 오래라 이런 사람들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.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식당에서 혹은 물건을 사려는 경우 참 싸가지 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. “예의바르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”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.